배포일 2021.05.31
2021.6.3.
[크리에이터를 만나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직지멤버십 회원의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소개합니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각, 그리고 생각, 그리고 생각,
끊임없는 사고의 과정을 무수히 거치는 과정에서 '또는?'이라는 물음을 던질 때 한 단계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 브랜딩의 목적은 내부를 향하고 있는데요. 생각을 나누며 가꾸어지는 과정을 통해
가장 적합한 시스템과 소통 방식을 만들어가기 위한 연습을 지속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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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생각과 질문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브랜드디렉터스'의
디자인 작업과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브랜드디렉터스 오피스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브랜드디렉터스입니다.
브랜드디렉터스의 아이덴티티가 독특하면서 멋집니다. 인스타그램으로 공개하신 다이어리와
굿즈도 로고를 활용해 매력적인 제품으로 만드셨는데요, 로고 디자인과 굿즈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회사 이름처럼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우리에게도 ‘브랜딩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던 시점에 문득 BRAND DIRECTORS에서 AND 와 OR을 발견했습니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각 그리고 생각 그리고 생각, 끊임없는 사고의 과정을 무수히 거치는 과정에서 '또는?'이라는 물음을 던질 때 한 단계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창작의 과정이 회사 이름 속에 있었다는 절묘함이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저희 회사 브랜딩의 목적은 내부를 향하고 있는데요. 내부 구성원들에게 먼저 회사를 홍보하고, 생각을 나누며 가꾸어지는 과정을 통해 가장 적합한 시스템과 소통 방식을 만들어가기 위한 연습을 지속하는 중입니다. '또는?' 무엇이 필요할지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디렉터스의 철학이 담긴 로고와 스테이셔너리
브랜드디렉터스의 작업중에는 예술로 힐링, 발광크림, 농도원목장, 로보트 대백과 등 직접 만든 레터링이 돋보이는 작업들이 많습니다. 글꼴을 직접 만드신 작업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해주세요.
<예술로 힐링>은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어떻게든 힐링이 느껴졌으면 좋겠네요. 무겁지는 않았으면 좋겠고요... 뜬금없지만 돌고래 같은 게 나오면 어떨까요? 보면 기분 좋잖아요!”라는 담당자와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실제로 돌고래를 먼저 넣었고, 타이틀 레터링 또한 최대한 돌고래의 귀여움을 이겨보려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클라이언트의 귀여운(?) 요청 덕분에 작업과정도 나름 힐링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로 힐링 포스터 작업
발광크림은 직관적인 네이밍이긴 하지만, 발, 빛(光), 크림 세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에 어느 부분에 포커싱을 맞추어야 할지 먼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풋 케어 제품이라 우선 단순하게 발가락을 형상화해서 세로 기둥을 만들고 보니, 그 부리가 가로 줄기에서는 자연스럽게 크림을 짜는듯한 제형 이미지로 표현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획이 뭉치는 부분이 조금 답답해 보여 날카롭게 커팅을 하니 ‘반짝하는 인상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어느 정도 단순하게 접근해서 즉흥적, 연쇄적으로 의미를 연결해나갈 수 있는 과정도 레터링의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습니다.

발광크림 브랜딩, 로고타입과 패키지 디자인
<농도원목장>은 클라이언트의 요청 사항인 ‘지역 브랜드로서의 역사, 시작점, 한국적인 레트로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한국적 레트로는 시대적으로 사각 엠블럼 형태와 로고 타입이라는 특징도 갖고 있지만, 당시 인쇄기술의 한계로 인한 고르지 못한 질감을 표현한 것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글자의 꺾임에 있어 곡선일 때는, 바깥쪽 곡선보다 안쪽 곡선을 더 작게 해야 꺾임 부분과 줄기의 굵기와 일치되는데 이 작업에선 양쪽 곡선의 크기를 동일하게 적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꺾임 부분이 마치 잉크가 살짝 맺힌 것처럼 표현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레트로'의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디지털 로고타입으로 구현해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반(反) 잉크 트랩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타이포그래피를 다룰 때 (혹은 다른 디자인에서도) 어떤 ‘원칙'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농도원목장 브랜딩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브랜딩이 iF 커뮤니케이션 어워드 본상 수상을, <현대자동차 브랜드>필름이 그라피스 애드버타이징 애뉴얼 대상을, <안산거리극축제>, <로보트대백과>디자인이 그라피스 디자인 애뉴얼에서 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해외 어워드에서 연달아 인정받게 된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먼저 해외 어워드에 출품하게 된 동기는 협업하는 브랜드의 자산 가치를 함께 높이고 내부적으로는 저희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의미 있는 피드백을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작업의 초기 기획과 그에 맞는 맥락, 최대한 전형성을 지양하는 시각언어의 끈질긴 모색. 특히 가장 중요한 클라이언트의 신뢰가 잘 맞물려 돌아갔던 작업들이 자연스레 수상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2017 iF 커뮤니케이션 어워드 본상을 수상한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브랜딩

그라피스 디자인 애뉴얼 은상을 수상한 <로보트대백과>
수상하신 작업물 모두 타이포그래피가 돋보이는 멋진 작업입니다. 특별히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작업을 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모든 부분을 신경 써야 하겠지만, 결국엔 각 요소 간의 밸런스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해당 매체에서 주인공일 것인지, 조연일 것인지, 단역일 것인지, 기존 폰트를 선택할지, 아니면 직접 그릴지, 각 역할에서도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에 따라 모든 선택과 결정이 달라지게 됩니다. ‘괴수도감'이 레퍼런스였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로보트 대백과>에서는 타이틀 레터링을 비롯해 표지 주변부나 본문에 삽입된 폰트까지 의도적으로 투박하게 키를 줄여본다든지 하는 타입 세팅으로, 원하는 방향을 향해 모든 타이포그래피를 통제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수상하신 <안산국제거리극축제>포스터는 SM세고딕으로 사용되어 있고, SM폰트를 사용하신 작업이 많이 있습니다. SM폰트를 사용한 작업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어떤 것인가요?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sm세고딕 타이틀은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이니셜 A가 잘 보일 것', ‘타이틀도 디자인 요소로서의 역할을 할 것' 사이의 밸런스가 중요했는데, 타이틀에 두께감을 가진 폰트를 사용하면 이니셜 A에 비해 너무 부각되었습니다. 이에 여러 얇은 폰트들로 실험해본 결과 SM세고딕이 마침 절묘한 두께감을 갖고 있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라피스 디자인 애뉴얼 은상을 수상한 <안산국제거리극축제>포스터, 2019, SM세고딕 사용
<서울, 예술, 치유>는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치유사업의 지난 10년의 활동을 기록하는 책이었습니다. 키워드가 ‘치유'이다 보니 처음에는 별 고민 없이 명조 계열의 폰트 몇 개를 선택해서 적용해보았으나 소위 ‘너무 사연 있어 보이는' 즉, 책이 나서서 치유하려는 듯한 부담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고딕 계열은 너무 무심해 보였고, 문득 sm태명조의 ㅊ꼭지가 생각나 적용해보았더니 너무 건조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담담함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명확한 지점과 지점 그사이 어딘가에 있는 미묘한 인상들을 포착하는 데에 스펙트럼이 넓은 SM계열폰트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서울, 예술, 치유> Seoul Art & Healing Hub 도록, 2020, SM태명조 사용

<명왕성에서>포스터와 프로그램북, 2019, SM신명조 사용
브랜딩 작업을 할 때 폰트를 선택해야 할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브랜드디렉터스만의 좋은 폰트를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질적으로 좋은 폰트를 알아보려 하고, 해당 프로젝트와 폰트가 얼마나 조화로운가를 가장 염두에 둡니다만, 반대로 특정한 기준은 세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이미지와 폰트가 처음부터 친숙한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때로는 지루하고 권태로워지기도 합니다. 서로 어색하거나 다투면서도 지면에서 몇 가지 조율과 화해를 걸쳐 결국 누구보다 친해지게 되는 모습을 볼 때 쾌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폰트를 고를 때 최대한 사람 대하듯이 편견 없는 백지상태이려고 노력합니다.
디자인에서 타이포그래피란 어떤 의미일까요?
레터링, 폰트, 글자의 변형, 왜곡, 폰트 선택, 폰트 크기, 위치, 자간, 행간의 선택, 레이아웃, 섞어짜기, 이미지 위에 로고 하나의 적절한 위치와 크기를 고민하는 것, 그 모든 것들을 선택한 후 남은 여백을 가늠하는 것, 심지어는 텍스트를 아예 배제하는 선택까지 나의 시야 안에서 글자를 가지고 하는 모든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열하고 보니 사실상 (거의) 전부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 포스터와 리플렛, 2018, SM견출명조 사용
작업을 하다 보면 종종 레터링이나 폰트를 만들어야 하는 일도 있을 것 같아요. 최근 폰트 디자인 작업 중인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최근 <에그코리아>라는 계란 농가의 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로고타입을 확장한 영문 폰트를 제작 중에 있습니다. 계란 노른자의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기하학적인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였으며 ‘Sunny Side Up'이라는 말랑말랑한 폰트 이름도 함께 지어줬습니다. 국문 대비 영문 폰트는 총 활자 수가 많지 않아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영문 로고타입을 폰트로 확장한다는 것은 브랜드 정체성을 공고히 해주는 것은 물론, 마케팅적인 면에서도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그코리아>브랜딩과 영문 폰트 디자인
글꼴을 만들 때 가장 세심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각 글자의 균형과 글자 간의 관계, 그리고 모든 디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균형이 깨지면 관계가 깨지고, 관계가 깨지면 전체의 균형이 깨지며, 디테일이 깨지면 균형과 관계가 다소 허무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글꼴 자체의 완성도적인 측면에 있어선,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려는 편입니다.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주로 받으시나요?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이 뭉게뭉게한 영감이라면, 그것을 토대로 한 상호 피드백 과정은 단단해져가는 영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자신의 영감을 내보여주고 그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프로젝트와 동기화가 되고, 집요한 반복을 통해 최종적으로 ‘실체'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곳이 어떤 공간인지도 큰 영향을 미치는 듯합니다. 결국, 영감 그 자체보다 영감의 밭을 만드는 데에 힘쓰고 있습니다.
브랜드디렉터스가 가진 특별한 사내 문화가 있다면?
구성원들끼리 글자 그리기에서부터 조판에 이르기까지, 타이포그래피 전반에 대한 업무 외 워크숍을 하고 있습니다. 직업적 자기발전 또는 성과와 같은 거창한 목적이 아닌, 그저 타이포그래피와 멈추지 않고 가까워지는 것이 핵심입니다. 속도는 개인에 따라 빨라도 느려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꾸준히만 하자고 시작한 문화입니다.


브랜드디렉터스의 사내 타이포그래피 워크숍
브랜드디렉터스의 요즘 관심사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온라인, 즉 디지털로의 전반적인 삶이 이동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면의 디자인에서 화면의 디자인으로의 확장을 늘 유념하고 있습니다. 이에 최근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캠페인 브랜딩 작업에서 증강현실을 적극 활용한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디지털 매체만이 가진 브랜드 경험의 큰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증강현실을 활용한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캠페인 브랜딩
앞으로 브랜드디렉터스의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요?
다른 많은 회사들의 고민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자생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스스로를 대행업의 숙명적인 범주에서 독립시켜, 자체 브랜드를 통해 경험적, 물질적으로 건강한 자산을 끊임없이 확장시키고자 합니다. 끝으로 디자이너는 축적해둔 에너지를 꺼내 쓰는 만큼 그 이상의 좋은 아이디어를 채워 넣는 과정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계속되는 작업 속에서도 좋은 영감을 담기 위한 충분한 휴식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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