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포일 2020.04.05
2020.4.7.
[크리에이터를 만나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직지멤버십 회원의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소개합니다.
타이포그래피와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글쓰기 등 표현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는 디자인 스튜디오 -
자신들의 디자인 경험과 생각을 여러매체를 통해 공유하고 컨텐츠화 할 줄 아는 디자이너, 다식성 디자인 스튜디오 수목원을 만났다.
“[크리에이터를 만나다] 생각하고, 표현하고, 확장하는 _ 스튜디오 수목원” 에서는 수목원의 철학과 함께
그동안 진행하셨던 프로젝트와 최근 출판한 『그래픽 디자이너를 위한 문장 부호의 바른 사용법』 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명륜동 수목원 사무실 모습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수목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하와 심형준입니다.
‘수목원’은 두 분의 디자이너가 이끌고 계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두 분께서 만나셨는지, 수목원의 뜻은 무엇인지 궁굼합니다.
저희는 2014년 군대 선후임 사이로 처음 만났습니다. 공군본부 홍보팀에서 포스터나 책자, 영상, 웹 콘텐츠 등을 기획하고 만드는 업무를 맡았는데요. 당시 그래픽 디자인에 관해 거의 알지 못했던 제가 김재하 디자이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책도 빌려 읽으면서 가까워졌습니다. 전역 이후에도 교류가 이어져 현재 수목원까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수목원이라는 이름에는 별다른 뜻은 없고 단어를 들었을 때 오는 차분한 느낌이 좋아 그렇게 지었습니다.
두 분 모두 정규 교육과정을 밟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김재하 : 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실마리도 몰랐을 어린 시절엔 순수미술 혹은 음악을 하고 싶어 했으나, 대중과의 접점, 실질적인 소비 활동의 일부로서 기능하는 분야를 모색하다 보니 디자인을 공부하고 제품을 만들고 싶다 고 막연히 생각했었습니다. 그 중에도 그래픽 디자인은 종이와 프린터만 있다면 어디서든 쉽게 만들고 손에 잡을 수 있는 매력이 있어 지금까지 하게 되었어요.
심형준 : 저는 대학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했고 디자인에 관해서는 구조주의 수업 시간에 조금 공부한 것이 전부였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군생활 중에 타이포그래피라는 것을 처음 접하고 공부하면서 이 분야가 저와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깨끗하고 잔잔하게 설계된 지면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특히 좋았습니다.
철학 공부를 하다 보면 여러 난관에 부딪히는데 그중 제가 느낀 가장 큰 문제는 번역과 디자인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만 해결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수월하게 공부해나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번역의 문제는 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디자인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았고, 타이포그래피의 매력을 맛본 뒤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인덱스 북토크 현장 모습
작년 말, 두 개의 책을 출간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두 책 모두 폰트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데요, 책을 만들게된 동기 혹은 계기가 있을까요?
2015년에 오새날·신건모 디자이너가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으로 출간했던 『커맨드 F』라는 서체 견본집이 있습니다. 그 책 에 신세를 많이 졌고 언젠가 저도 작업자들의 책상에 항상 꽂혀있는 책을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활동하는 글쓰기 모임에서 한글 맞춤법·표기법과 문장부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이것을 이야기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책으로도 엮어보잔 생각이 들어 『그래픽 디자이너를 위한 문장 부호의 바른 사용법』을 기획하였습니다. 『포스터로 공부하는 그래픽 디자인』은 저희가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영상을 업로드하기 위해 써두었던 스크립트를 묵혀두기 아까워 모양새를 다듬고 각주와 도판을 추가하여 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저희 두 사람 모두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의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 있었는데요. 그동안 저희가 몸소 익힌 내용을 한곳에 모아둔 책입니다.

작년 말 출간한 『그래픽 디자이너를 위한 문장 부호의 바른 사용법』과 『포스터로 공부하는 그래픽 디자인』
『그래픽 디자이너를 위한 문장 부호의 바른 사용법』으로 최근 인덱스에서 북토크를 하셨습니다. 마치신 소감과 청중분들 반응이 어땠는지 궁굼합니다.
인덱스 이전에 언리미티드 에디션 11에서 같은 내용의 북토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책을 내놓은 지 하루 이틀밖에 안 된 시기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내용에 관심을 보일까? 내가 누군지도 모를 텐데 와서 듣고 싶어 할까?’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들으러 와주셨고 수목원 작업을 잘 보고 있다 말씀해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아마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하신 거겠죠. 요즘은 포스터를 만들어도 인쇄를 잘 안 하는 추세라 저희도 저희 작업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데 누군가 저희 작업을 ‘잘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SNS 덕분에 누군가를 ‘안다’ 혹은 ‘본다’고 말하는 것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저는 두아 리파를 만나본 적 없지만 ‘나 그 사람 잘 알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래픽 디자이너를 위한 문장 부호의 바른 사용법』 표지와 내지 모습
『그래픽 디자이너를 위한 문장 부호의 바른 사용법』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세명조로 표지를 디자인하셨고, 다른 작업에도 자주 sm서체를 사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문장 부호』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점은 그래픽 디자인에 있어 모종의 ‘올바름’을 규정하는 여러 힘이나 규칙이 있는데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정확히 알고 사용하되 그것을 깰 때는 과감히 깨 달라는 메시지였습니다. 해서 평소 사용하는 한글 서체 중 가장 오래된 SM서체를 골랐고 이것을 찌그러뜨리고 기울여 썼습니다. 보통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들 하니까요. 저에게 SM서체는… 어떤 중견 배우나 가수들은 종종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자주 회자되곤 하는데요. 저에게 SM서체는 이처럼 여전히 멋지고 저력있는 중년의 이미지입니다. 우리 문자가 동아시아 문화권에 근간을 두고 붓을 사용했다는 점을 잊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서체이기도 하고요. 시대 혹은 세대라는 것은 종종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어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기도 합니다. 저에게 SM서체 혹은 최정호라는 존재는 그런 끈 같은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책에서 문장부호의 바른 사용에 대해 잘 정리 해주셨는데, 문장 부호 제작 기준에 대해서는 폰트업계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폰트를 직접 사용하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폰트 속 문장 부호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나 의견을 듣고싶습니다.
새로운 제안이라기보다는 주로 불편한 점을 말하게 되는데요. 자주 사용하는 기호가 글리프에 누락된 경우 해당 기호만 다른 서체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가장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말 줄임표가 없거나 아래에 붙어 있는 경우라든지, 낫표는 있는데 화살괄호는 없다든지 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굳이 떠올리자면 불편한 점이고 대부분은 별다른 생각 없이 사용했습니다. 정말 새롭고 사용하기에 편안한 문장 부호를 아직 못 만나본 탓도 있겠네요.

전주국제영화제 100 FILMS 100 POSTERS 참여 포스터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 포스터 디자인

한문경 타악기 독주회 도록

하자 메이커 스페이스 포스터 디자인
글쓰기 모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래픽 디자이너를 위한 문장 부호의 바른 사용법』을 출간하셨다고 했는데, 디자인 외에 관심있는 분야는 무엇일까요?
심형준 : 중학교 1~2학년 때부터 일기를 써왔고 덕분에 지금까지 텍스트와 친밀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시, 음악, 소설, 에세이 모두 마찬가지지만 글을 한번 뱉어놓으면 그것을 가운데 두고 사람들이 빙 둘러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이런 게 떠올랐는데, 저 사람은 저렇게 받아들였네.”하는 지점이 사람을 풍성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중학생 때부터 띄엄띄엄 이지만 글쓰기 모임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서당개’라는 이름으로 가까운 친구 넷이서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아티스트 프루프(AP SHOP)에서 발간한 잡지에 글을 기고했습니다.
수목원의 작업을 살펴보면, 사진 / 일러스트레이션 / 레터링 등 다양한 표현방식이 돋보입니다. 주로 영감을 받는 것은 무엇입니까?
김재하: 아마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하는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일을 맡겨주신 분들의 생각과 열정이 아닐까 싶어요. A라는 개념을 시각 언어로 구체화 시키는 과정에서 수목원이 보이는 어떤 경향성을 유지하려고 하기보다는 기회와 조건이 맞을 때 새로운 표현과 방법을 찾고 어떻게든 실현해내는 것이 더 흥미롭다고 느끼거든요.




한글 타이포그래피∙한글 서체 디자인 전문지 『2350』
2017년 만든 『2350』 부터 최근 출간한 책들 까지 글꼴디자인과 서체디자이너에 대한 애정이 엿보입니다. 서체를 선택하는 수목원만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김재하 : 앞에서 이야기한 ‘새로운 표현과 방법을 찾는 일’의 일환으로 갓 제작이 완료된 서체나 조금은 다른 특징을 가진 서체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특정 폰트를 꼽아 선호한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으나 디자이너 김태헌 님과 윤민구 님, 라딤 페스코(Radim Pesko)의 서체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분들이 만드신 서체 중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는 공간, 평균, 파보리트 한글, 윤슬바탕, Lyno, Fugue 등이 있어요. 독립 디자이너의 범주 밖에서는 조금 더 캐릭터를 부여하고 싶을 땐 직지의 서체를 사용하는 편입니다.
심형준 : 아끼고 자주 사용하는 글꼴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글꼴을 보는 눈이나 저 자신의 취향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겠죠. 작년과 올해 작업 중 고딕 계열에선 ‘파보리트 한글(Favorit Hangul)’을, 명조 계열에선 ‘AG 최정호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두 서체 모두 요란한 타입 셋팅을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어 선호합니다.
『포스터로 공부하는 그래픽 디자인』 내용에도 평소에 서체를 꼼꼼히 파악해 두신다고 하셨는데, 특별히 찾아보는 방법이나 수목원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희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국내외 디자이너분들이 사용하는 서체나 타입 셋팅, 그래픽의 경향성 같은 것을 쭉 보는 거죠. 하루에도 수십 장씩 포스터와 책 표지 이미지를 보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좋다고 느끼는 서체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런 게시물은 저장해두었다가 한 번씩 보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왜 좋게 느껴졌을까 생각해보는 편입니다.

온라인 수업 '클래스 101'의 수목원 클래스
수목원은 디노마드, 클래스101 등 디자인 교육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이나 비전공자에게 특별히 조언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조언이라기보다는 저희도 가면 갈수록 느끼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작업하는 데 있어 소위 툴을 다루는 능력이나 조형 감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지대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요즘 느끼는 것은 내가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무엇을 인상 깊게 보고 느꼈는지, 상대방과 어떻게 교감하고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배려할 것인지 등 그야말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대학교에서도 온라인 강의을 진행하는 등 온라인 수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디자인은 실기위주의 오프라인 강의로 이어져왔는데, 최근에는 온라인 수업의 영향력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 하시면서 느꼈던 각각의 장단점을 말씀해주실수 있을까요?
우선 온라인 강의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몇 번이고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책이나 음악도 마찬가지인데요. 어떤 공부든 내 옆에 언제든 꺼내어 볼 수 있는 스승이 있다는 건 정말 커다란 장점이자 위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내년, 내후년에 들어도 유익한 내용만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오프라인 수업의 장점이자 동시에 온라인 강의의 단점이기도 한 점은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의 긴밀한 관계에서 오는 전달력입니다. 작업을 계획하고 구상하고 실행하고 마무리하는 커다란 순환에서 두 사람이 맺어가는 관계와 그로부터 생성하는 에너지는 언어로 붙잡아 둘 수도 스크린 너머로 전달할 수도 없다고 느꼈습니다. “이건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좋겠다”라는 단순한 문장이더라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생생한 사건으로 남는 쪽은 역시 오프라인 수업이라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수목원 홈페이지
수목원이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책이나 강의, 작업은 어떤것이 있을까요?
김재하 : 지난해부터 커피, 가구, 음악 등 새로 혹은 다시 시작한 다양한 취미생활이 있는데요. 이런 활동과 관련된 작업자분들과 협업을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분야가 다소 광범위하지만 취미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개인적 경험을 담은 얇은 책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있어요.
심형준 : 올해는 한글 타이포그래피 매거진 『2350』의 2호를 준비하여 발행하는 것이 최소이자 최대의 목표입니다. 타이포그래피에 관해 할 말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또 어느새 저희에겐 익숙하고 당연한 이야기여서 어떤 지점에 포커스를 맞출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 들어 몸과 마음의 연결에 관한 생각을 자주하고 있는데, 마음의 건강을 주제로 한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보려고 합니다.
수목원은 대중에게 어떤 스튜디오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굼합니다.
수목원이라는 스튜디오나 이름보다는 저희가 남긴 작업이나 만든 도구 혹은 강의가 누군가에게 오래 남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를 구매하고 소장하는 게 어느 때보다 쉬워진 시대이기에 되려 버리는 게 일이라는 걸 항상 느낍니다. 최소만을 남겨두고 나머진 다 버리고 싶을 때에도 저희가 남긴 족적이 누군가에겐 어떤 의미로든 오래 남아있으면 좋겠습니다. (『2350』 『문장 부호』 『그래픽 디자인』 모두 그런 책이리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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