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이야기] SM서체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 조중현 그래픽디자이너 인터뷰 -3-

배포일 2019.04.18

SM서체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 두번째 인터뷰로
영향력 있는 젊은 국내 그래픽디자이너인 조중현님과
근황과 작업 그리고 SM서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joonghyuncho.com       @joonghyuncho



안녕하세요. 조중현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중현(이하 생략): 안녕하세요. 그래픽디자이너 조중현입니다. 현재 국내의 IT 기업에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엔 다양한 그래픽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핫한 그래픽디자이너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세요?

핫한 그래픽디자이너라뇨 과찬입니다. (웃음) 요즘은 조금 회사일로 많이 바빴습니다. 하고싶어 만든 프로젝트 "대강포스터제"가 12월에 끝났지만 대금과 물품 등을 비롯해 여러가지 정리를 지금까지 하고있고 앞으로 어떻게 더 재밌게 그래픽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계속 궁리중입니다.



회사도 바쁘게 다니시고 개인 프로젝트도 많이 하시는데, 두 가지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요. 어려운 점은 없나요?

아무래도 회사와 개인 프로젝트를 병행하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하고 싶은걸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바보 같은 성격으로, 재밌어 보이거나 꼭 하고 싶었던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다만 시간이 허락하는 한에서 말이죠. 많은 분이 이 부분을 여쭤보시는데, 딱히 비결 같은 거는 없습니다. 그래픽디자인을 취미화 시키는 게 조금 도움이 된다고 해야 할까요? 취업규칙이나 조항에 저촉되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죠. 따라서 그래픽디자인을 나 개인의 사생활의 범주로 끌고 들어오는 흑마술 같은 게 필요합니다.



작년에 기획하신 70-80년대 노래를 현대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재표현한 ‘대강포스터제’ 기획 의도가 너무 재밌었어요, 결과물들도 멋졌고요. 프로젝트가 끝나고 제일 기억에 남는 거나 느낀 점들이 있다면요.

우선 6개월에 걸쳐 준비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셔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준비하면서 제일 많이 했던 말은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였던거 같아요. 대강포스터제를 기획하기 시작했을 때 힘을 실어준 WKSP(디자인워크숍)동료들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실무를 해준 기획단 친구들.. 대강포스터제의 레터링을 흔쾌히 해주신 안삼열선생님, 격려와 함께 공식 포스터 디자인을 해주신 채병록 선생님, 1회밖에 안 된 행사지만 단순히 저만 보고 참여해주신 디자이너분들..주변엔 정말 멋지고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어요. "나도 언젠가 이렇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생각도 했고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을 때는 체력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워 “두 번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좋은 결과와 유의미한 결론을 얻었고, 2회를 천천히 준비 중에 있습니다.





Oxen80-it’s a fire 불놀이야 포스터


대강포스터제도 포스터로 표현하는거다보니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적인 요소가 중요할 것 같아요. 대강포스터제를 시작하면서 각 디자이너들이 선택한 노래와 어울리는 이미지와 폰트는 어떻게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하는 구체적인 컨셉이 있었나요?

아니요. 서체와 이미지의 사용 모두 완전히 디자이너의 자율에 맡겼습니다. 단지 노래를 듣고 그들이 풀어낸 그래픽디자인을 원했을 뿐이지요. 구체적인 요구 보다는 추상적인 접근으로 각각의 노래를 표현해 주길 바랐습니다. (웃음)



중현님의 작업물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에너지가 넘쳐요.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저는 레퍼런스를 찾아보지 않는 편입니다. 구체적이지 않은 생각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하다 보면 관계의 모순점이 생겨 개념끼리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는데, 그런 부분에서 에너지가 나오는 거 같아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그래픽디자인의 엔진입니다. 흡입-압축-폭발-배기 와 비슷해요. 떠오르는 잡다한 것들, 주변에 있는 "아무거나" 로부터 이것저것 흡입해서 정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폭발하기 마련이고 결과물이 나오게 되어요. 물론, "아이디어"의 이야기지 디자인과정에서 당위성을 부정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뒤웅박 Lettering Poster For National Hangeul Museum 국립한글박물관


SAMWON PAPER GALLERY Invitation exhibition 2016: TYPE SCAPE poster B-CUT


Jeo-su-ji(reservoir)저수지 Poster


NewYork Dog project poster "Every Tom Dick and Harry" 뉴욕독 프로젝트, 개나 소나 다한다.



주로 작업하시는 포스터들이 대체적으로 볼드하고 서체 위주의 작업물도 많고 서체를 자유롭게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얼마 전 타 인터뷰 자료들을 찾아보니 가장 관심 있는 디자인 분야가 타이포그래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픽디자인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뜻과 의미를 지닌 문자를 사용하는 여러 가지 방법 자체만으로도 효율적인 그래픽 디자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대학생 때 김가든 스튜디오로 활동하고 있는 김강인 디자이너가 만든 동아리 타이포그래피 소모임에 가입해 활동하게 된 게 지금까지 큰 도움으로 남아 있기도 하고요. ​



그리고 몇 년 전 LG 글로벌 챌린지에서 <서체로드>를 탐방하고 오셨는데, 서체로드로 지정한 이유도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관심 때문인가요? 서체 탐방에서 서체 운용을 배워 오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 당시에는 디자인 자체보다, 디자인을 잘 유지하고 작동하게 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따라서 서체를 운용하는 방식이 나라마다 다르고 거기서 배울 점이 있겠다는 생각에 탐방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아이덴티티의 개념으로 서체 탐방을 계획하게 된 거겠네요. 일관성을 유지한 서체 운용만큼은 꼭 배워보고 싶었어요. 2013년도 당시 서울시의 간판, 표지판 그리고 한국의 국·고속도로 사인체계는 일목요연하지 않은 서체의 사용과 적절치 못한 타이포그래피로 인해 하나의 완성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어요. 저는 서체 탐방을 통해 서체는 아이덴티티 통합을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인프라인 것을 이해하고 당시 ‘디자인 서울’의 3가지 상징 중 하나인 서울 서체의 미흡한 정체성과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해결방안을 외국 선례의 탐방경험을 통해 고안하고자 했고요.. 독일의 전통성이 보존된 도시 서체와, 역사성을 지닌 디자이너 의식을, 네덜란드와 영국에서는 정부와 디자이너 주도로 생성된 국가 폰트, 통합된 아이덴티티, 그리고 타이포그래피 활용방안연구를 통해 서울시의 아이덴티티를 보완해보자 했지요.



해외 스튜디오들을 탐방하면서, 이런 점은 국내 서체 시장이 변화해야 하거나,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는 특별한 점이 있었나요?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전용 서체는 기업과 그 도시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미래의 비전까지 생각해야 하지요. 서체가 한번 발표되고 이미 퍼져버린 서체를 다시 다듬고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서체의 개발은 아주 세심한 노력과 시간이 불가피합니다. 도시를 위해, 기업을 위해 탄생하는 폰트는 그 도시와 기업을 계속 짊어갈 책임감을 얹고 신중하게 선택되고 탄생해야 함을 거듭 강조해야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디자이너들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개발환경을 저해하는 현실적인 요건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서체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변화는 기본이겠거니와 터무니없이 적은 예산, 디자이너를 협력자가 아닌 '을'로서 대하는 태도 등에서요..



저희가 조중현님의 포스터를 둘러보니 SM서체를 사용한 작업물 대부분이 견출명조, 견출고딕을 많이 사용하신 걸 보았어요. 특별히 자주 쓰고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자주 쓰는 이유는 저에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트렌드에 휘말리지 않는 느낌으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가볍지않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SM서체가 쓰인 작업물 
<위: 빛나는 기록, 인스탁스 2017 중간:서울 업사이클 디자인 2016, 아래: M-P-Q>


처음 어떻게 SM서체를 접하게 되셨어요? 처음 접했을때의 느낌과 지금까지 사용해보면서의 다른점이 있을까요?

처음엔 타이포그래피 수업에서 만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고 건국대학교 타이포그래피 소모임이라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로마자와 섞어 짜기 연습을 하면서 점점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들을 찾았던 거 같아요. 처음에는 매우 진중하고 다루기 어렵다고 느껴졌어요. 지금에는 디지털 조판에 최적화된 폰트도 많았지만, 당시 제가 접했던 SM서체들은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했어요. 서체도 서체지만 제대로 활용하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했지요. 그렇기 때문에 선배들에게서 후배들로 무언가 족보 같은 방식으로 SM서체들을 사용하는 비법(?)을 공유 받기도 했어요. SM 어떤 서체의 자간값과 행간값은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 같은 것이지요. 지금은 시간이 흘러 조판 환경과 맥락이 다양해져 그 당시의 규칙들이 대부분 사라지거나 성격이 변한 것 같아요. ​



중현님이 보시는 SM서체의 이미지는 어떤가요.

무언가 부모님 같아요. 조금은 딱딱하고 올드한 이미지가 있지만, 거기서 찾는 반전의 매력이나 파괴 혹은 재생산의 마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루기 까다롭고, 정해진 틀로 디자이너를 혼내기도 하지만 서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울타리를 넘으면서 성장하게 해주는 그런 서체입니다.



맞아요. 젊은 디자이너에게는 다루기 까다롭다는 의견이 있는데, 중현님이 SM서체를 사용할 때 나만의 TIP 이 있다면요.

글쎄요. "진중하고 무거운 작업에는 견출명조다."라는 통념적인 이해보다는 상황과 맥락에 위트를 더하거나, 비꼬거나, 다른 느낌을 믹스매치 하거나 하는 색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면 더욱 좋은 것 같아요. 오히려 이미 정형화되어 퍼져있는 '룰' 을 무시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서체를 직접 개발해 볼 생각은?

네, 아직은 없습니다. 서체를 직접 개발하는 부분은 저의 영역이 아닌것 같아요. 혹시 나중에 마음이 바뀔수도 있지만요 :)



요즘 중현님이 특별히 관심 갖고 있는 분야가 있을까요?

요즘은 디자이너의 사회적 인식에 관심이 많습니다. 회사에서 모바일 메인 "디자인판" 을 담당하면서 디자이너들의 권익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음. 브랜드 아이덴티티(로고) 디자인의 가격은 매출의 일정 부분을 도안 사용료로 디자이너에게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단발성으로 끝나는 작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디자인이 절실하게 필요한 세상인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올해 또 기획해보고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여러가지 프로젝트안들이 있지만 요 몇년간 진행해오던 워크숍 그룹 WKSP의 10회를 기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지만요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해주세요.

글쎄요,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삶이잖아요? 저는 단지 계속 제가 좋아하는 걸 찾아 재미있는 형태로 세상에 끌어내고 싶습니다. 







기획 직지소프트 기획팀
글.편집 김경원
자료 제공 조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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