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이야기] 브랜드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글

배포일 2021.11.02

2021.10.29


한류 붐과 함께, 국내에서도 여러 브랜드의 적극적인 한글 사용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영문으로 브랜드명을 표기하는 것이 멋지고 한글은 촌스럽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런 인식도 옛말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다양한 브랜드에서 전용 서체로 사용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요즘은 한글을 로고, 캠페인 등에도 사용하는 사례가 보인다. 한류 붐과 함께 한글문화까지 꽃피고 있는 듯하다. 그 예시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한글을 기업이 브랜딩 과정에서 활용하는 것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서체를 통해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전하는 것을 ‘타이포 브랜딩’이라고 하는데, 2003년에 제작된 ‘현대카드 유앤아이’ 기업 전용 서체가 성공적인 예시다. 둥근 모서리로 카드 모양을 글자 속에 녹인 스토리와 함께 이 서체를 기업의 목소리로서 일관성 있게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글자만 보고도 쉽게 브랜드를 연상할 수 있게 했다. 현대카드 이후 네이버, 카카오, 삼성 등 여러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고객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전용 서체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전용 서체로 자신의 목소리를 디자인할 때, ‘스브스뉴스’, ‘타다’ 등 로고를 통해 한글을 브랜드의 얼굴로써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뷰티 플랫폼 ‘화해’는 브랜딩 관점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 내 한글 사용에 관해 이야기한다. 초창기에는 영문 BI였지만 한글로 변경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한글이 영문보다 가로길이가 훨씬 짧아 경제적이고 우리 눈에 익숙한 문자여서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앱 아이콘 디자인 안에서는 ‘화해’라는 글자 안에 화장품의 제형을 직관적으로 담아 한글의 조형성 또한 강조했다.



요기요 브랜드 로고(출처: 탈잉 '한글을 선택한 스타트업' 웨비나)


‘요기요’에서는 글자들 안에서 '맛있는 즐거움’을 미소짓는 입 모양을 모티브로 곡선 형태를 살려 표현했다 . ‘ㅛ’ 자와 부드럽게 이어지는 ㄱ 곡선이 포인트다. 요기요의 로고는 원래 영문이었다 . 요기요의 브랜드 이름에는 언어유희를 이용한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흔히 사용하는 ‘여기’ 라는 말과 배고픔을 면하는 것을 뜻하는 ‘요기’ 라는 단어이다 . 이런 숨은 뜻을 더 잘 나타내기에도 한글 아이덴티티가 더 적합할 거라 생각해 리브랜딩을 진행했다고 한다. 역동적이고 유쾌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 소비자들이 보다 친근하고 명확하게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근, 한글의 조형성을 강조한 새로운 브랜딩 전략이 눈에 띄고 있다. 많은 업계에서 브랜딩 안에서 글자의 ‘목소리’가 가지는 힘을 실감하고,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위해 전용 서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목소리의 범위가 점점 브랜드 안의 캠페인이나 광고로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서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게는 2,350자, 많게는 1만 자가 넘는 숫자의 글자가 통일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다 보니 각 글자가 가질 수 있는 개성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레터링은 적은 수의 글자를 디자이너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보니, 상상의 폭이 훨씬 넓어 슬로건을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야 하는 캠페인 등에 활용하기 좋다. 



나이키 캠페인 그래픽 (출처: NIKE.COM/JUSTDOIT)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슬로건을 통해 브랜드가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를 전달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1988년 ‘Just Do It’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문구 아래 시대에 맞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2019년에는 사회문화적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에 묵직한 한글 레터링 카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스로의 위대함과 가능성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당당한 여성들을 지지하고, 모든 여성들이 그들의 인생에서 주체적인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 목소리가 단단하고 힘 있는 글자들로 전달된다.



위: 나이키 캠페인 이미지, (출처: 디자이너 홈페이지 https://www.odd-hyphen.com/NIKE-PlayNew-Campaign)

아래: 나이키 매장 사진, (출처: 네이트 뉴스 https://news.nate.com/view/20210817n01494?mid=n0100)


‘새로운’ 레터링이 주는 눈의 즐거움과 함께, 올해 나이키 코리아의 캠페인 ‘플레이 뉴’(Play New)에서도 레터링의 사용이 돋보인다.
두 종류의 상반되는 스타일의 레터링을 전면에 내세워 스포츠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고, 이제 즐거움을 되찾을 때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레터링은 2021년 10월 현재 여러 나이키 매장들에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사진과 함께 글자들이 크게 프린트되어 있는데, 뾰족하고 눈에 띄는 레터링 형태와 함께 선명한 원색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글자는 그것을 보조하는 요소로써 사용했는데, 
글자의 과감한 형태를 강조한 전략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 레터링은 김보휘 디자이너가 작업했다. 



틴더 옥외광고 이미지 (출처: 박신우 디자이너 제공)


강렬함, 역동성을 표현하는 것이 브랜딩에 유리한 스포츠 분야뿐만이 아니다. 최근 글로벌 소셜 디스커버리 앱 틴더(Tinder)가 ‘틀린 선택은 없어’ 캠페인에 레터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틴더만의 목소리를 구축했다. 이 글자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뿐만 아니라 옥외광고에까지 사용되어 많은 사람이 이 캠페인을 접할 수 있다. 볼드한 두께와 얇은 획과의 대비, 그리고 시원시원하게 뻗은 획들이 문구 내용과 더불어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표현해 주는 듯하다. 이 레터링은 조소희 디자이너가 작업했고, 그래픽 디자인은 페이퍼프레스가 맡았다 . 


프로젝트 바깥에서만 작업물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제작자의 이야기도 함께 듣고 싶어 틴더 캠페인 그래픽 디자인을 맡은 페이퍼프레스와 캠페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틴더 지하철 광고 이미지 (출처: 박신우 디자이너 제공)





안녕하세요. 페이퍼프레스 소개 부탁드립니다.

페이퍼프레스는 성수동에 위치한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각 종 브랜드 아이덴티티, 문화예술관련 그래픽작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등을 진행하며, 그래픽이 개입할 수 있는 가능한 넓은 일들을 하고자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 레터링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틴더 앱에서는 상하좌우로 swipe하는 방식으로 [선택]의 행위가 이루어집니다. 틴더 앱의 이러한 UI적인 특징을 글자 획의 형태에 적용하여 마치 손가락으로 미는 궤적을 따라 그린듯한 모습이 보일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동시에, 이번 슬로건인 [틀린선택은없어]의 단호하지만 밝은 화자의 목소리가 글자의 이미지에서 느껴질 수 있도록 조형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번 작업은 언오피셜스튜디오에서 기획, 페이퍼프레스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맡아 진행하였고, 페이퍼프레스의 박신우 디렉터와 올 해 페이퍼프레스에 새로 합류한 조소희 디자이너가 함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캠페인에서 만드신 글자가 옥외광고 등에 적극적으로 쓰였는데, 혹시 이에 대한 좋은 점이나 아쉬움이 있으신가요?


온라인 프로모션에서 끝나지 않고, 거리에서 작업을 만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것 같습니다. 특히나 큰 규모의 광고에 집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저희 스튜디오 내부적으로도 재미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타이포그라피를 전면으로 내세운 레터링 컨셉으로 의뢰가 들어온건지, 
혹은 작업 과정에서 레터링을 강조한 광고로 결정이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번 광고 집행의 전체 기획을 맡으신 언오피셜오피스에서 한글 레터링을 메인으로하는 그래픽 기획안을 제안해주셨습니다. 저희 또한 [틀린 선택은 없어]라는 슬로건의 단호하고 명쾌한 메세지를 과감없이 드러내는 도구로 한글 레터링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했고, 슬로건의 목소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레터링의 사용이 요즘 대두되는 현상이라면, 과거에는 어떤 것이 지금의 레터링의 역할을 했을까? 과거 많이 접했던 스타일을 되짚어 보면, 2010년대에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캘리그래피가 많은 분야에 걸쳐서 유행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손글씨에서 레터링으로 한글 사용 양상이 바뀐 것은 사람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점차 달라진 영향일 것이다. 이런 강하고 힙한 메시지를 담은 레터링 유행이 더 번질지, 또는 사그라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상 속 곳곳에서 다양한 한글 레터링들을 접할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었다. 다음에 새로 등장할 지금보다 더 재미있고 다채로운 목소리들을 기대한다.





기획 직지소프트 기획팀
글.편집 정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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